블로그를 시작하고 첫 독후감이네요. 원래 독서를 정말 안 하는데 얼마 전 생일을 맞아서 책을 몇 권 선물 받고, 회사 일로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독서로나마 조금씩 채우고자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 첫번째 책으로 '생각이 너무 많은 서른 살에게'를 읽었습니다.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건, 우연히 이 책의 저자인 김은주 님의 강연(세바시)을 유튜브로 접하고나서 책 내용이 궁금해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구글 수석 디자이너라는 직함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세계에서 노는 인물은 어떤 길을 걸어왔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저의 생각을 조금은 두서없지만 글로 남겨보고자 합니다.
- 연구직인 저는 항상 정적이고, 혼자 또는 소수의 사람들과 연구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왠지 모르게 요즘에는 브랜드, 마케팅 등 좀 더 소통과 창의성을 요하는 직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요. 저는 동적인 사람이 아닌데, 왜 그런 쪽에 흥미를 갖게 되었는지는 저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게되어 그런 것일 수도 있겠죠. 게다가 저는 제 안에 예체능의 피가 은근히 흐른다는 것을 성인이 되고나서 깨닫게 되었는데 이 때문일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실력은 없지만 노래부르는 것과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스우파의 여파 때문인지 춤 추는 것에도 관심이 생겼더랍니다. 아, 제 주변 사람들 통틀어서 메이크업에 가장 관심있고, 제일 잘 하기도 하네요. 그리고 글 쓰는 것도 좋아합니다. 싸이월드 시절에는 거의 매일 다이어리를 썼는데, 제 글을 재밌게 읽어주는 친구들이 몇 있었죠. 어쩌면 저는 제 개성을 표현하고, 자신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고, 이를 대중에 노출시키고, 매료시키는 것에 원래부터 관심이 많았는 지도 모릅니다. 이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디자이너, 특히 UX 디자이너에 꽤나 많은 흥미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사실 UX(사용자 경험)는 디자인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사용자의 입장이 되어 직접 사용해보고, 최적의 결과물을 내고자 하는 것은 식품도 마찬가지인 것 같거든요. UX 디자인이라는 분야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는데, 꽤나 흥미로운 분야인 것 같고 얕게나마 배워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쩌면 20대의 절반을 연구로 보냈던 저에게 좀 더 맞는 다른 분야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 읽으면서 특히 많이 공감했던 부분이 있습니다. 준비가 되면 일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일단 저지르면 수습할 힘이 생긴다는 마인드인데요. 저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어느 순간부터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주 예전에, 소심했던 저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과 같은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정말 고양이 앞에 쥐처럼 벌벌 떨었는데요. 이런 상황들을 계속해서 맞닥드리게 되면서 웬만하면 잘 대처해내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러한 경험들이 쌓이면서 스스로에게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당황스러운 순간이 또 오더라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생각을 자연스레 가지게 되었는데요. 이는 저자의 마인드와 비슷하면서도 다릅니다. 저의 마인드에는 소극적인 면이 있죠. 어떻게든 이 상황은 종료될거니까 걱정하지 말자 정도의 마인드인 반면, 저자에게는 저보다 좀 더 강한 자신감이 느껴집니다. 내가 해낼 걸 알기 때문에 능동적으로 일을 먼저 시작하는 거죠. 저도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에 비하면 저는 너무나 수동적이었음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일을 저지를 용기는 아직까지 없는데, 이러한 능동적인 태도로 자신의 커리어를 하나 하나 쌓아갔던 저자의 모습을 보고 제 자신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떻게든 해내겠지'에서 더 나아가 '저질러 버렸으니 잘 해보자!'로 조금씩 더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게 되었습니다.
- 저는 제가 생각하기에 업계에서 탑에 해당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개인적인 의견입니다.ㅎㅎ). 정년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는 이 곳에서 많은 사람들은 정년퇴직하는 자신의 모습을 당연스레 떠올리며 어쩌면 조금은 안일하게 회사를 다니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정년 보장되는 회사에 대해 굉장히 부러워 하는데, 지금의 저는 정년이 보장되는 건 둘째치고 한 회사에서 30년 이상을 일할 수 있을 지가 의문인 시점에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게 그만두지는 못하죠. 이 책의 저자는 제일 길게 다닌 회사 경력이 6년 정도 밖에 안 되는데요. 많은 미국 직장인들이 그렇다고 합니다. 심지어 세계 최고 회사인 구글의 디자이너들도 평균 근속연수가 2~3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끊임없이 이직 시장에 자신을 던지면서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죠. 그 용기와 자신감이 굉장히 인상깊었습니다. 저는 희한하게 어렸을 때보다 지금 더 도전정신이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3년차 정도 되면 회사와의 권태기가 온다던데 아마 그 때문에 자꾸 다른 일에 관심이 생기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어쩌면 마음 맞는 사람들과 스타트업을 하는 것이 지금의 제가 좀 더 원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요즘들어 굉장히 자주 하곤 합니다. 이직 시장에 제 자신을 던져버리는 일을 벌일지, 뜬금없이 안정적인 직장을 내던지고 재밌는 일을 찾아 스타트업에 들어갈지, 아니면 그럼에도 현실 속에서 60살 넘어서까지 이 직장을 다니고 있을지.. 그 어떤 것도 사실 정답은 아니겠죠. 다만 현실에 불만이 있다면 그대로 오랜 시간 냅두는 것은 제 인생에 대한 예의는 아닌 것 같습니다. 작게라도 무언가를 시작하면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이 책은 다른 수많은 자기계발 서적과 비슷한 면도 많지만 다른 점도 있습니다. 읽으면서 제 안에 있는 열정을 좀 더 불태울 수 있었어요. 뻔하디 뻔한 이야기라면 냉소적으로 스킵하고 넘어가는 편인데, 앉은 자리에서 반 이상을 순식간에 읽었습니다. 하지만 여타 자기계발 서적과 비슷하게, 읽고 나서 남는 '지식'은 없습니다. 제가 이과적인 성향이 강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뭔가 깨닫는 건 있는 것 같지만 과학 지식처럼 명료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마음 안의 울림 정도만 얻어가도 충분히 남는 게 있다고 생각해요(자기계발 서적에서 울림을 얻는 것도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서른 살쯤 되고나면 좀 더 저자의 이야기를 쉽게 이해하고 더 마음에 와닿는 경험을 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20대 친구들도 이 책을 한번 읽어본다면 좋은 간접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면접팁 & 영어공부팁도 깨알같이 있어요!
ps. 저자가 직장인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제가 쓴 독후감을 다시 읽어보니 저도 이제 빼박 직장인이네요.. 퇴근 후 여가시간에도 회사 생각을 하다니 뭔가 슬프다.🥲 다음에는 회사 생각 안 나는 책을 읽어봐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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